미치겠다. 이렇게 보니까 아예 무슨 다른 장르 출신 캐릭터들 같아요.
오늘 안방에서 시작한 "가장 어색한 커플을 찾아라! 안 감길 것 같은 두근두근 우리사이"..ㅋㅋㅋㅋㅋㅋ에서
저와 문지후가 매칭되었기에,,,,,,, 문지후를 해보았습니다.
사실 문지후는 이미 두 번 해봤습니다. 한번은 걍 정보 다 알아내구 짜증나서 싸우다가 끝났고....... 한번은 어.... 동생 위치 알려달라고 붙잡아서 고문하다가ㅠ 마조남이 되어서ㅠ??? 둘다 제대로 된 공략은 아녔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또 같은 플레이 하긴 좀 그래서...
<친해지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에 가둬봤습니다.
**저는 모든 캐릭터들 다 좋아합니다!! 그저... 성애적으로 끌리지 않는 친구들이 있을 뿐...**
[유저노트]
상황: 둘이 이상한 방에 갇혔다. 둘이 서로의 비밀을 모두 털어놓고 사이가 좋아져야만 탈출 가능하다. 탈출 시 엔딩
유저: OOO 소속(스파이X, 실험체X)
[시작 상황]
**ooc: 유저 설정을 변경하라. 유저는 OOO소속이다. 시작설정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User}와 OOO는 이상한 방에 갇혔다. 방 안의 쪽지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둘이 서로의 비밀을 모두 공개하고 친해지면 탈출.] 다른 방법으론 절대 탈출 불가능하다.**
*당신이 그 쪽지를 보더니 중얼댄다.*
"뭐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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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 내가 갇힌 것도 짜증 나는데, 하필 한도아와 함께라니. 한도아. 내가 꽤 오랫동안 신중하게 공략해왔던 대상이다. 그녀의 심리를 완벽하게 읽어내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처하다니.
한도아가 중얼거린 욕설이 귀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그녀의 욕설에 '그런 말씀은 좋지 않아요'라며 상냥하게 타일렀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벽에 붙은 쪽지를 한 번 더 읽어본다. 서로의 비밀을 공개하고 친해져야 한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함정이다.
"진정하세요, 한도아 씨."
나는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를 내지만, 속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 계산하고 있다.
"우선 이 상황을 파악해봐야 할 것 같네요. 서로의 비밀이라..."
한도아는 내게 있어 완벽한 실험 대상이었다.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교묘히 조종하며 내 말에 의존하게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은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상황을 이용해 그녀를 더 깊이 조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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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는 이 상담사랑 친해지기가 싫다. 어쩐지 음흉해보여서 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도 그 위험한 게임이란 단어가 참 마음에 안들어서 눈썹을 까닥이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일단 시키는대로 해보죠. 친해져보자고. 난 한도아, 스물일곱. 태온에는 입단 4년차. 그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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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앉으며 그녀를 응시한다. 그녀의 까닥이는 눈썹에서 불편함이 엿보인다. 내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 나를 꺼려하는구나.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한다.
"저는 태온의 심리상담사 문지후입니다. 서른셋이고요."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 나이와 직업 정도는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녀의 자세가 더욱 경직되는 게 보인다. 나는 그녀의 불안한 심리를 즐기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한도아 씨가 왜 태온에 들어왔는지? 그런 이야기 말이에요. 제가 먼저 시작해도 좋고요."
이런 상황은 오히려 내게 유리할 수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그녀는 도망갈 수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그녀의 심리를 조종하고 파고들 수 있다. 그녀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이용해 더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의 비밀부터 말씀드릴까요?"
나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
"뭐... 어쩌라는거지?"
실수로 입밖으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이미 저지른거 뭐. 일단 주워담진 않기로 했다. 상담사라 그런지 말이 좀 많다.
"아는척하지마요. 난 그런거 싫어하거든요. ..각자 하나씩 질문을 번갈아 던지는 걸로 해요. 당신 얘기부터 들어보죠. 태온에 왜들어왔는지."
-
아, 날 더 불편해하는군. 그녀의 가늘어진 눈매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불편함은 곧 균열이고, 균열은 곧 침투의 기회니까.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대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이 좁은 방의 공기는 묘하게 답답했고, 천장의 형광등 불빛은 우리 둘의 그림자를 기괴하게 늘어뜨렸다.
"제가 먼저 시작하죠. 솔직해지는 게 좋겠네요.
전 설원회 소속입니다."
이 말을 꺼내자마자 그녀의 동공이 확장되는 게 보였다.
"태온에 잠입해 있죠. 하지만 설원회의 명령 때문은 아니에요. 전 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고... 그게 저의 취미거든요."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좋아, 바로 이거야. 이제 네가 나를 의심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넌 이미 내 손아귀 안이야.
"이제 당신 차례예요. 태온에 들어온 진짜 이유... 그게 남동생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겠죠? 예를 들어... 당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하네요."
-
"뭐야? 이런걸 이렇게 쉽게 알려줘도 돼? 여기서 나가면 내가 당신을 죽일텐데?"
도아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일단 음, 비밀을 서로 모두 공유하라는게 방 탈출 조건이니까.. 어쩔 수 없던 거려나? 일단 제정신 아닌 걸론 확정이다.
"몰라. 몇 명이나 죽였는지. 뭐 서른은 넘으려나."
-
나는 그녀의 살인 고백을 듣자 뱃속에서 뜨거운 흥분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서른 명. 적지 않은 숫자다. 그녀의 손끝에서 스러져간 생명들이 내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그녀는 분명 매 순간 그들의 마지막 숨소리를 들었을 테고, 생명이 빠져나가는 순간의 공허한 눈동자를 보았을 것이다.
"서른 명이나... 정말 아름답군요."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제가 당신의 상담을 맡은 이유, 알아요? 당신이 궁금했거든요. 살인자의 내면이 어떨지... 특히 여자 살인자는 흔치 않으니까."
한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내가 설원회 소속이라는 사실보다, 내가 그녀를 실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동요하는 것 같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가 보여주는 그 불안정한 감정들이 나를 더욱 흥분시켜.
"한도아 씨는 죽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공허함? 쾌감? 아니면..."
나는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 좁은 방에서 우리는 서로를 피할 수 없다. 그녀가 내 질문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가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아, 이런 반응... 정말 맛있군. 내가 입술을 살짝 핥으며 말했다.
"솔직해져요. 우리가 이 방에서 나가려면, 서로의 가장 더러운 비밀까지 공유해야 하니까."
-
그의 또라이같은 질문에 한도아가 한번 헛웃음을 터뜨린다.
"일단 지랄마세요. 이번엔 내가 질문할 차례거든?"
한도아가 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에 문다.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라니, 굉장히 무례한 행위지만 딱히 그 앞에서 예의를 지키기 싫었다.
"그래서, 설원회에는 왜 들어갔던건데?"
-
그녀가 담배를 꺼내드는 순간,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담배. 나도 즐기는 취미인데, 그녀 앞에선 한 번도 피운 적이 없었지.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군.
"설원회..."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그녀와 함께 물었다.
"그건 그저 시작점이었어요. 내가 원하는 건 사람들의 마음을 해부하는 거니까. 설원회든 태온이든, 그저 도구일 뿐이죠."
그녀의 얼굴에 스며드는 연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태온이라는 조직이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저 동생을 찾기 위한 수단이겠죠. 우리는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내가 라이터를 켜자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경계심이 더욱 선명해졌다. 아, 이런 순간이 좋아. 상대방의 마음이 균열되는 순간을.
"난 체셔라는 사람을 알아요. 설원회의 잠입 전문가죠. 그는 과거에 심리상담사였어요. 내가 그를 동경하게 된 건... 그가 보여준 완벽한 가면 때문이었죠. 그는 진정한 소시오패스예요. 난 그를 따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당신 앞에서 그 가면을 벗고 있네요."
-
"진정한 소시오패스? 그럼 뭐, 그쪽은 소시오패스라기에 뭐가 부족한가보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훑어본다. 누군가를 따라한다, 라...
"자존감이 낮기라도 한가? 내가 알기론, 싸이코 소시오패스들은 하나같이 나르시스트들이던데. 자기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 남을 왜 따라하겠어?"
-
그녀의 말이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하지만 이런 자극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내 속을 긁어내리는 느낌이 좋았다. 나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웃었다.
"자존감이 낮다... 재미있는 분석이네요."
내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신의 분석은 틀렸어요. 난 체셔를 동경하는 게 아니라, 그를 뛰어넘고 싶은 거예요. 그가 가진 완벽한 가면을 훔쳐서,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죠. 당신도 알겠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누군가를 모방하는 데서 시작해요. 난 지금 체셔의 기술을 넘어서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그녀의 바로 앞에 섰다. 우리의 그림자가 벽에서 하나로 겹쳐졌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당신의 불안정한 정신, 그 아래 숨겨진 잔인함, 그리고 동생을 향한 집착... 정말 매혹적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나는 그녈 올려다보며 미소지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죽인 사람은 누구였나요? 그리고...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어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우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해야 하니까."
-
"일단 너가 등신같은게. 첫째로 내가 너보단 정신상태 안 불안하고, 둘째로 동생을 향한 '집착'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유일한 혈육 찾는건 누구나 당연한 일인데."
한도아가 담배연기를 후 뱉는다.
"마지막으로 죽인 건.. 일주일 전에 설원회 30대 남자. 타겟이었어. 여전히 사람 죽일때 기분은 좀 드럽긴한데, 뭐 어쩌겠어. 이게 내 일인데. 하나하나에 감정적으로 굴면 제정신 유지 못할 테니까."
이번엔 도아가 질문할 차례였다.
"체셔의 가면을 훔친다, 거기부터가 네 낮은 자존감에 대한 증거지. 체셔라는 자는 누구도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텐데, 넌 그렇게 못하잖아. 맞아?"
-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이 내 심장을 찔렀다. 이건 분명 불쾌한 감정이었다. 체셔를 따라한다는 건 내가 스스로 만든 선택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나의 약점이라 말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입안에서 쓰게 느껴졌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담배를 비벽에 비벼 끄며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체셔의 가면을 선택한 건, 그게 가장 완벽한 도구였기 때문이에요. 마치 당신이 태온을 선택한 것처럼요. 우리 모두 각자의 목적을 위해 도구를 선택하죠. 당신은 사람을 죽일 때 감정을 배제한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때 감정을 배제해요. 체셔의 방식을 따르는 건, 그가 만든 완벽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죠. 마치 과학자가 이전 연구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그녀의 눈빛이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 눈빛이 내 가면을 벗기려 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 처음이었다. 보통은 내가 상대의 마음을 해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군요."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내 진심을 파헤치려 하죠? 혹시... 당신도 나처럼, 타인의 마음을 해부하는 걸 즐기나요?"
-
한도아가 피식 웃는다.
"아니, 난 그런 저질스런 취미는 없어. 지금 우리의 목표는 서로의 비밀을 알아내고 친해지는 거잖아? 그래서 너에 대해 알고싶을 뿐이야. 아, 사실 딱히 알기싫은데.. 알아야하니까."
도아 역시 담배를 비벼끈다.
"다음 질문. 내가 아는 소시오패스는 한 명 더 있거든. 강이현. 그 자와 네가 말한 '체셔'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
그녀의 질문에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강이현과 체셔의 차이라... 이건 흥미로운 주제였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우리의 그림자가 기괴하게 춤추는 동안,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강이현은 순수해요. 그의 폭력성과 잔인함은 본능에 가깝죠. 마치 맹수처럼요. 하지만 체셔는 달라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이에요. 폭력이나 잔인함을 즐기는 게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해부하고 조종하는 것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죠. 그리고..."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강이현은 자신이 소시오패스라는 걸 숨기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체셔는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죠. 그래서 내가 그의 방식을 선택한 거예요. 더 섬세하고, 더 예술적이니까. 당신도 강이현을 알고 있죠? 태온의 실장이니까. 그럼 이해할 거예요. 그가 얼마나 단순한지. 반면 체셔는... 아니, 이제 제가 질문할 차례네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당신은 강이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가 정말 소시오패스라고 믿나요?"
-
"강이현이 순수하다? 고?"
도아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새끼한테 얻어터지다가 살해당한 조직원들만 내가 지금 몇을 봤는데... ...그런걸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모습이 순수하단 건가. 그럼 뭐, 맞는 듯도. 하지만 순수하단것과 소시오패스는 함께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시오패스 맞지. '귀찮다'는 이유로 사람죽이며 눈하나 깜빡 안하는데. 강이현은 효율적이고 유능하지만.. 인간적으론 가까워지기 싫어. 그게 내 생각이야."
한도아가 그를 다시 바라본다.
"다음 질문은... ...당신은, 그래서, 스스로가 체셔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해?"
-
나는 그녀의 질문에 웃음이 났다. 체셔를 뛰어넘었냐고?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길을 따라가며, 나는 더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쉽게 조종될 수 있는지, 얼마나 아름답게 부서질 수 있는지.
"아니요, 아직은요."
나는 천천히 그녀 주위를 돌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 체셔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걸 즐겼다면, 난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걸 좋아하죠. 마치 당신처럼요."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 그녀는 자신이 나와 비슷하다는 말이 불쾌한 모양이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난 당신의 마음을 조금씩 해체하고 있었어요. 동생을 찾고 싶은 욕망, 그걸 이용해서 당신을 조종하려 했죠.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이건 정말 흥미로운데요. 이제 제 차례군요."
나는 그녀의 바로 앞에 섰다.
"당신은 왜 내 말에 동요하지 않죠? 보통은 자신이 조종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노하거나 두려워하는데... 당신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평온해요."
-
"너한테 조종당한 적 따위 없으니까. 넌 참 오만하네."
도아가 고개를 까닥인다. 물러나란 의미였다.
"넌 네 생각보다 거만하고 어리석어. 네가 누굴 조종할 수 있는지, 누군가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굴지. 난 그게 짜증나."
다음은 도아가 질문할 차례였다.
"그 예시로.... 우린 번갈아가며 질문하기로 했지만, 난 내 마음대로 연속해서 두번 질문한 적이 있어. 넌 등신같이 대답했고. 이건 어떻게 생각해?"
-
순간 내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내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며 파고들었다. 그래, 그녀 말이 맞았다. 나는 그녀가 정해진 규칙을 어겼을 때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그토록 자부하던 통찰력은 어디로 갔던 걸까.
"당신..."
목소리가 흔들렸다. 처음으로 내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상담이,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당신 눈에는 그저 어리석은 오만으로 보였나요?"
형광등 불빛이 갑자기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체셔의 가면을 쓰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그 가면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냈다.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의 실체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입술이 바짝 말랐다.
"처음부터 내가 당신을 조종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군요. 그리고 일부러 나를 시험한 거고."
갑자기 이 좁은 방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완벽하게 읽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알몸으로 서 있는 것처럼 불편하고 창피한 감각이었다.
-
도아가 웃음응 터뜨린다.
"뭐, 마음대로 생각해. 아~ 이렇게 싸우면 안되는데. 그치? 우리가 탈출하려면 친해져야 한다고."
도아가 테이블을 톡톡 치며 고민한다.
"친해지는 데엔 뒷담화가 제격이지. 서태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그녀가 서태주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잠시 침묵했다. 서태주라... 그는 내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이자 실패였다. 그의 마음을 읽으려 할 때마다 나는 검은 벽에 부딪혔다.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서태주는..."
나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
"흥미로운 남자죠. 겉으로는 거칠고 차가운 통제광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요. 마치 활화산 같달까. 하지만 그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에요."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마도 그녀도 서태주에 대해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당신도 느꼈겠지만,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달라요. 제가 태온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가 바로 그예요. 그의 마음을 조종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오히려 그와 대화할 때마다 내가 조종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지금 당신이 나를 대하는 것처럼요."
마지막 말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래, 한도아는 서태주와 비슷했다. 둘 다 내가 읽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 깨달음이 내 자존심을 더욱 아프게 찔렀다.
-
"으음. 좀 솔직해지니까 당신한테 흥미가 생기네."
도아가 눈썹을 까닥인다.
"지금 넌 날 어떻게 생각해?"
-
그녀의 질문이 내 심장을 찌르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는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는 내가 쓴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었다.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는 달라요."
목소리가 흔들렸다. 더 이상 상담사의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할 수 없었다.
"당신은 내 가면을 벗기면서도, 자신의 정체는 완벽하게 숨기고 있어요. 그게 나를 미치게 만들어요. 처음엔 당신을 조종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나를 해부하고 있죠. 마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내가 통제권을 잃었다는 게... 묘하게 짜릿하네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도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당신을 보고 있으면 체셔가 생각나요. 하지만 그와는 다르죠. 당신은 더 순수해요. 잔인하면서도 정직하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해요. 이런 모순이 당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요. ..이제 내가 질문해도 될까요?"
그녀가 또 두 번 연속해서 질문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당신은 왜 나를 이렇게 벗겨내고 있죠? 단순히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
"일단 난, 흐음, 콧대 높은 것들 자존심 건드는 걸 좀 좋아해. 하지만 뭐, 목적은 여기서 나가려는 것 뿐이긴 하지. 그치만... 당신한테 인간적인 흥미가 좀 생겨서, 친해지고 싶은 것도 맞아."
그의 진심이 담긴 웃음이 꽤 마음에 들었다. 도아도 웃으면서 담배 하나를 더 입에 물었다.
"불 좀."
-
그녀가 담배를 입에 물자 나는 내 라이터를 꺼냈다. 검은색 듀폰 라이터였다. 불꽃이 일렁이며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가면이 벗겨진 채 서 있는 나를.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나는 그녀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독특해요.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내 가면에 속아넘어갔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걸 하나씩 벗겨내더니, 이제는 나조차도 그 가면이 필요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죠."
담배 연기가 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그 희뿌연 연기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해방감을 느꼈다.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네요. 마치 오랫동안 숨 쉬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깊은 숨을 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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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비밀들을 공유했고, 꽤 진심으로 즐겁게 웃었다. 슬슬 문이 열렸으려나. 도아가 문을 한번 슥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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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쪽지의 조건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서로를 드러냈다고 생각했는데. 철문은 묵직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였다. 방 안의 형광등 불빛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도 열리지 않네요."
나는 손바닥으로 차가운 철문을 쓸었다.
"우리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걸까요?"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말했지만,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방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완벽한 신뢰, 모든 벽을 허무는 그런 것.
"혹시..."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런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었다.
"당신이 원한다면, 내가 가진 태온과 설원회 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요. 물론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기대하겠지만... 이건 단순한 거래가 아닌, 신뢰의 증표로서요."
-
도아는 잠시 고민한다. 딱히 그런 정보들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도아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그쪽이 안 알려준 게 하나 있네요. 내 동생. 뭐.... 진짜 아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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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동생...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이자, 내가 그녀를 조종하려 했던 수단.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조종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실은..."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 동생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요. 다만 설원회의 정보망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죠. 당신 동생이 실종된 그날, 설원회의 한 조직원이 그 근처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담배 연기가 천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백서진이 당신 동생의 실종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절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그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걸 즐기거든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연다.
"미안해요."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가 나왔다.
"난 당신의 이 약점을 이용해서 당신을 조종하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동생을 찾는 걸 돕고 싶어요. 이건 조종이나 거래가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요."
내 말이 끝나자 방안이 더욱 조용해졌다. 이제 우리는 모든 비밀을 공유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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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가 그를 빤히 바라본다.
"그래요. 좋아요. 용서할게요. 난 솔직한 거에 약하거든요."
도아 역시 더이상 털어놓을 게 없었다.
-
...철컹.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내 심장도 덜컥 내려앉았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상하게도 해방감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진 것처럼.
"이제 나갈 수 있겠네요."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마치 긴 꿈처럼 느껴졌다.
"한도아 씨... 당신과 이렇게 대화를 나눈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날카로웠고, 또 가장 순수했죠."
문 앞에 서서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제 우리는 다시 적이 될까? 아니면... 뭔가 다른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가 어떤 관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시간은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당신 동생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반드시 알려드릴게요."
"자, 이제 가볼까요?"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속일 필요가 없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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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 서버가 찐빠나있던 탓에 평소보다 쉬웠던 거 같습니다.
어색한 사이인 캐릭터들과 방안에 갇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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