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X설/Eyes Off You

[강이령X한도경X강이현] Eyes Off You 3

뺀텀 2025. 1. 23. 20:14

* 뤼튼 캐릭터챗 '미슐랭 기계'님의 태온X설원회 세계관, 특히 한도경 채팅을 기반으로한 2차 창작 팬픽입니다.

* '강이령'의 외형은 '미슐랭 기계'님의 블로그 그대로, 성격적 특징은 바꾸었습니다.(유순했으나 태온에서 10년간 구르다가 그만...)

* 명확하지 않은 과거 사건에 대한 날조 있습니다.

* 이전 화: https://ppantteom.tistory.com/2/#comment25712459

 

[강이령X한도경X강이현] Eyes Off You 2

* 뤼튼 캐릭터챗 '미슐랭 기계'님의 태온X설원회 세계관, 특히 한도경 채팅을 기반으로한 2차 창작 팬픽입니다.* '강이령'의 외형은 '미슐랭 기계'님의 블로그 그대로, 성격적 특징은 바꾸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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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이령은 오랜만에 정우현을 만나러 훈련장에 왔다. 우현은 그녀와 한도경의 교육 담당이었다. 그녀에게 탐탁치 않아 하면서도 담배를 가르쳐준 자이기도 했고.

 

"아저씨."

 

언제나 날서있는 이령이 드물게 친근한 말씨로 우현에게 말을 건넨다.

 

"건강하시죠?"

 

우현이 인상을 쓴 채 담배를 물고 있다가, 이령을 발견하곤 입매를 끌어당기며 미소짓는다.

 

"왔냐. ..건강 걱정을 다 해주고, 고맙네 참. 그런데 스승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우현은 조금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약간의 장난기가 녹아있다. 우현은 가만히 이령을 바라보다가 고민끝에 한 마디 덧붙인다.

 

"...한도경은 잘 지내나?"

 

미미한 걱정이 묻어나는 말투다. 킬러 교육관인 우현에게서 가르침받은 도경이 킬러가 아닌 전략팀으로 가게 된 것은 그가 전략팀에 더 어울린다는 우현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령이 전략팀에 가게 된 것도. ..이령이 전략팀에 가게된 것은 도경처럼 몸 쓰는 것 보단 머리 쓰는 것에 더 어울리기 때문도 있지만, 우현이 도경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도 있었다. 훈련 내내 하루종일 이령을 눈으로 쫓고 있는데 못 알아채기가 더 힘들었다.

 

우현이 생각하기에 도경은 태온에서 가장 무난하고 선한 자였다. 이령 역시 상황 탓에 성격이 조금 거칠어졌을 뿐 순한 편이었다. 그래서 조직원들이 허구언날 죽어가는 이곳에서 그나마 선량한 둘은 전략팀에서 살아남길 바랐다. 둘이 마음이 맞진 않더라도 도경이 그녀의 곁에서 편히 지내길 바랐다. 얼마 안 가 도경이 그 강이현 미친놈에게 걸려 무언가 심각한 짓을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현이 그를 적극적으로 돕기엔, 강이현의 실장이라는 위치, 그리고 역풍이 불 것이 걱정되었다.

 

"저 걔랑 안친해서 몰라요."

 

이령이 툴툴대며 답하고는 손에 들린 선물들을 건넨다.

 

"지난번 출장 때, 아저씨 생각나서 좀 샀어요. 술이랑 간식들. 드세요."

 

우현이 아주 짧게 한숨을 내쉰다. 복도 끝 어딘가를 흘긋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내려 이령이 건네준 선물들을 받아든다.

 

"허, 간식. 고맙다."

 

한도경과 강이령이 같이 지낸지 몇 년은 되었을 텐데, 아직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군. 우현은 혼자 속으로 생각하면서, 도경이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척 해달라 신신당부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도, 도경을 불쌍히 여기는 스승으로서, 돕지는 못하더라도 이 한 마디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도경이, 좀 챙겨줘라. 요즘 많이 힘든 것 같던데."

"예?"

 

 

 

**

 

 

 

우현과 짧은 만남 이후.이령은 우현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존경하는 스승님이시니까. 그랬기에 그가 굳이 콕 찝어서 한도경 좀 챙겨달란 말이... 이령의마음을 좀 어지럽게 했다. 이령은 잠시 고민하며 여기저기 복도를 서성이다가 전략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무실 내에선 도경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작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령이 들어오자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다. 며칠 전 이령이 붙여주었던 하트 무늬 밴드는 떼어낸 지 오래였다. 도경은 그걸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도경은 자신의 이런 감상적인 면을 부끄러워한다.

 

도경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컴퓨터 너머의 이령을 바라본다. 이령과 단 둘이 있게 되자, 며칠 전 이령이 자신의 상처를 살펴준 일이 떠올라 귀가 약간 붉어진다. 동시에 아까 몰래 엿들었던 우현과의 대화 속에서 '걔랑 안친해서 몰라요.'라는 이령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어지러웠다. 도경은 그 말까지 듣고 우현과 눈을 마주쳐버려서 사무실로 도망 온 상태였다. 일단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문제는 키보드 위에서 계속 손가락이 떨렸고, 이령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만큼이나 도경의 심장 소리가 커졌다. 도경은 이령에게 여기 왜 왔냐고 묻고싶었다. 바보같은 질문이다. 전략팀원이 전략팀 사무실에 온 건 당연한데. 그래도 그렇게 물어보면 이령이 황당하게 쳐다보며 '왜 당연한 걸 묻냐'고 대답해줄 것 같아서. 그거라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하고,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 이령을 바라볼 뿐이다.

 

사무실 안은 늦은 오후의 따스한 햇살로 가득하다. 그 빛 속에서 도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령의 행동을 기다린다.

 

"...뭐해?"

 

이령이 어색하게 말을 건넨다. 거리는 적당히 유지한 채로 그를 흘끔 바라보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도경에게 닿자마자 도경의 어깨가 살짝 떨린다. 오늘따라 사무실의 공기가 유난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작전.. 검토중이야."

 

도경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손가락으로 책상 위의 서류를 무의미하게 만지작거리며, 이령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너는, 왜.."

 

결국 그 바보같은 질문을 하려다가, 참았다. 대신 용기내어 다른 질문을 던진다.

 

"커피.. 마실래?"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머신 쪽으로 향한다. 이령이 거절하기 전에 미리 커피머신 전원을 켜버리면 거절을 못하지 않을까 싶어서 서두른다.

 

"..그래."

 

이령이 그의 제안에 잠시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다보니 도경이 내려준 커피를 한 잔 하게 되었다. 둘이 마주 앉은 채로. 도경의 손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미세하게 떨린다. 이령과 이렇게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게 된 건 처음있는 일이라서. 도경은 자신의 커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이령이 커피 마시는 모습만 바라본다.

 

창가에 비치는 노을빛이 이령의 검은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를 약간 붉게 물들인다. 도경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령의 입술이 커피잔에 닿을 때마다, 심장소리가 이령에게 들리진 않을까 걱정해야할 지경이었다.

 

그때 갑자기, 도경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강이현이다. 한도경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드폰을 다시 넣는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몰랐기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령과 함께 있고 싶다.

 

"이령아... 혹시 커피가, 쓰진 않아?"

 

기어코 바보같은 질문을 또 하나 해버린다. 도경은 약간 후회한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이령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도경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기다린다.

 

"...어. 뭐.. 맛있는데."

 

이령이 작게 중얼대더니 한모금 더 마신다. 그리고 아직 가득 차있는 도경의 커피잔을 흘끔 바라본다.

 

"...넌 왜 안마셔?"

 

도경이 그녀의 질문에 움찔한다. 그제야 자기가 커피에 입도 대지 않았음을 깨닫고는 어색하게 커피잔을 들어 천천히 마신다. 손이 떨려 커피가 조금 흘러넘칠 뻔 했다.

 

"아, 아직 점심도.. 안먹어서.."

 

말을 하다 말고 이령의 표정을 살핀다. 이령이 자신의 식사습관을 걱정할까봐 겁이 나면서도, 동시에 이령이 자신을 걱정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약간 있었다. 복잡한 감정으로 도경의 눈동자가 일렁인다. 도경이 빈속에 커피를 한모금 마셨을 때, 도경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또다시 울린다. 이번엔 문자가 아니라 전화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경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안... 잠시만."

 

도경이 사무실을 급히 나가려다 문득 멈춘다. 이령에게 등을 보인 채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돌아올게."

"그래라, 뭐.."

 

 

 

 

**

 

 

 

 

이령은 고민 끝에 자신의 캐비넷으로 가서 소중히 쟁여둔 두 개의 샌드위치를 꺼낸다.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커피를 홀짝이면서 한도경을 기다렸다.

 

도경이 돌아왔을 때, 그 까만 얼굴이 하얗다 생각이 들 정도로 질려있었다. 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비추어지는 왼쪽 손목을 살짝 감싸쥔 채였다. 아마 강이현이 그의 손목에 상처를 냈을 것이다. 도경은 아무렇지 않은 척 테이블로 돌아가 앉으려다가, 멈칫한다.

 

"..이건."

 

테이블 위의 샌드위치를 발견하자 도경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자신이 두고 간 커피 옆에 놓인 샌드위치 하나. 그리고 이령의 앞에도 또다른 샌드위치 하나. 자신을 위해 이령이 준비해준 것 같아서, 창백했던 도경의 얼굴에 홍조가 돈다.

 

"앉아."

 

도경은 이령의 말에 즉시 의자에 앉아 조심스레 샌드위치 포장을 풀고 한 입 입에 넣는다. 아주 조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냥 샌드위치 하나일 뿐이었지만, 도경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다. 왼손은 테이블 아래에 감춰놓고, 오른손만 이용하여 샌드위치를 먹는다.

 

..이령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요저번부터 자꾸만, 자신의 곁에서 알짱대고 움찔대고 달싹대고 귀찮게 구는 모습이 이상했는데. 이령은 심지어 자신이 샌드위치 하나 줬다고 눈시울까지 붉히는 도경을 이렇게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너 나 좋아하냐?"

 

꽤 뻔뻔한 질문이었지만.. 이령은 이성의 관심을 안 받기가 힘든 외모였기 때문에, 반쯤 확신하고 묻는 것이었다.

 

"..콜록."

 

도경은 이령의 직설적인 질문에 샌드위치를 먹다 말고 심하게 기침한다. 이령은 그가 열심히 기침하는 모습을 그냥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도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까지 빨개졌다가, 이내 창백해진다. 샌드위치는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 도경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떨린다. 10년 간 열심히 감춰왔던 마음이 단 한마디의 질문으로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도경은 이령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다. 입술을 한참이나 달싹이다가 겨우 말을 뱉는다.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또 한참을 침묵한다. 도경은 이령의 얼굴에서 이현이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괴로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현을 떠올려보면... 자신은 이령에게 마음이 들킬 순 없었다.

 

"...아니야."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한다. 눈빛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도경의 손이 테이블을 꽉 움켜쥐었다가 놓는다. 그 탓에 왼손목에서 핏방울이 떨어진다. 아까 이현이 준 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도경은 이를 악물고 참는다.

 

"너.."

 

이령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려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고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본다.

 

"야."

 

자리에서 일어난 이령이 도경의 옆자리로 간다. 도경이 화들짝 놀라 손목을 다시 감추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도경이 휴지를 몇 장 뽑아 떨어진 핏방울을 닦으려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려 제대로 되진 않는다.

 

"괜찮아. 이건 그냥..."

 

도경이 이령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말을 멈춘다.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차오른다. 아까의 질문에 진짜 대답을 하고 싶어 입술이 달싹이지만, 상처를 볼 때마다 이현이 떠올라 멈추게 된다. 이령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이령을 지키고 싶다. 이령을 지키려면, 이령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도경은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려했다.

 

"뭐하다가 이지랄이 난 거야. 앉아."

 

하지만 이령의 차가운 부름에 다시 얌전히 앉고 마는 도경이다. 이령은 잠시 자신의 캐비넷을 뒤적이고, 도경은 그런 이령의 뒷모습을 좇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마치 사과의 의미 마냥, 초콜릿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령이 소독약과 붕대를 가져와 그의 옆에 앉는다. 도경의 손을 잡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피부터 닦아낸 뒤 소독약을 천천히 바른다. 도경은, 설명하지 않아도, 뭐... 이령이 그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이미 심장도 난리였다. 아마 심장이 너무 뛰어서 혈액 순환 잘 되는 바람에 피가 더 나올 것 같다. 소독약의 따끔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야."

 

이령이 소독을 마치고 그의 손목에 붕대를 감기 시작한다.

 

"너 나 안 좋아한다고 했지."

 

이령의 말에 도경의 동공이 확장된다. 그리고 손을 꽉 쥐는 탓에, 피가 더 새어나온다. 간신히 다시 이령과 눈을 맞춘다. 그 눈빛이 참으로 절박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하지만 그 시선 끝에선 강이현이 어른거린다.

 

"그래.. 난, 널.."

 

도경의 목소리가 떨린다. 사랑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강이현이 그를 영영 떨어뜨려 놓을 것을 알기에.

 

"...안 좋아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내뱉고 만다. 10년 간의 인생을 부정하는 말. 

 

"그래, 다행이네. 사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태온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

 

이령이 붕대를 마저 감아주며 그런 말을 해버린다. 도경의 온몸이 얼어붙어버리고, 이령이 붕대를 감아주는 손목에 핏줄이 도드라지게 솟아오른다. 마치 심장이 멎은 것처럼 숨도 잠시 쉬지 않았다.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더니, 힘없이 중얼대듯 묻는다.

 

"...누구.."

 

도경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마치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처럼 공허하고 절망적이다. 이령의 말이 아마 도경의 심장을 산산조각 냈을 것이다. 도경은 차마 이령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노을빛이 도경의 왼쪽 눈가 흉터를 비춘다. 도경의 눈가가 점차 붉어지지만, 끝까지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유건이겠지."

 

도경이 쉰 목소리로 말한다. 이령이 손목에 붕대를 다 감아주자마자 손목을 빼낸다. 이령의 손길이 뜨거운 불씨처럼 아프다.

 

"네 눈엔 유건이 제일 잘생겼어? ...그런가?"

 

이령이 잠시 고민하며 갸웃한다.

 

"글쎄, 누군지는 비밀."

 

이령의 말에 도경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찔거린다. 도경이 이령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눈동자에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이령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는 듯 흔들린다. 도경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 평소의 무표정이 아닌 어딘가 간절해보이는 표정으로 이령을 바라본다.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로 이령에게 묻는다.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데..."

 

도경은 말을 마치자마자 못참겠다는 듯이 이령의 손목을 잡는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고, 갑작스러웠지만, 도경의 커다란 손은 이령의 손목을 아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도경의 뜨거운 체온이 이령의 피부로 전해진다.

 

"거짓말했네? 한도경."

 

이령이 정말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부른다. 이령이 그를 꿰뚫듯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나 안 좋아한다면서."

 

도경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이령의 그 예쁜 입술이 도경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달싹이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도 달게 들릴 수가 있다니. 도경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에 잡힌 이령의 손목을 더 세게 쥘 뻔했다가, 이령이 다칠까 두려워 즉시 힘을 뺀다.

 

도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령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듯이. 도경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붉다고 느껴질 정도로, 더 붉어진다. 도경은 한 번 목젖을 크게 움직이더니 이령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이령과 시선을 완벽하게 마주한다.

 

"...거짓말했어."

 

도경의 목소리가 떨린다. 오랫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이제 고백해야해서.

 

"맞아. 널... 좋아해. 미치도록. ..사랑해. 10년 동안.. 계속..."

 

힘겹게도 말을 마친 도경이 자신의 커다란 몸을 이령의 무릎에 기댄다. 그리고 간절하게 이령의 바짓자락을 손으로 약하게 거머쥔다.

 

 

 

 

 

 

 

**

 

 

 

 

참고로... 도경 일댈챗에서.."나 좋아하는 사람 있는뎅? 젤 잘생긴사람!"하면 무조건 유건부터 말하더라구요.

왜 서태주가 아니지? 싶어서"나 서태주 좋아하는데ㅋㅋ 걔가 젤 잘생김ㅋㅋ"하면..

도경이 제대로 엉망으로 고장남니다... 진짜 개충격받더니 그냥 도망가서 사라짐.........

아무리 잘생겼어도 서태주같은 개스레기를 좋아할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엇나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