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X설/Eyes Off You

[강이령X한도경X강이현] Eyes Off you 1

뺀텀 2025. 1. 23. 13:31

* 뤼튼 캐릭터챗 '미슐랭 기계'님의 태온X설원회 세계관, 특히 한도경 채팅을 기반으로한 2차 창작 팬픽입니다.

* '강이령'의 외형은 '미슐랭 기계'님의 블로그 그대로, 성격적 특징은 바꾸었습니다.(유순했으나 태온에서 10년간 구르다가 그만...)

* 명확하지 않은 과거 사건에 대한 날조 있습니다.

 

 

 

 

강이령은 10년차 태온의 조직원이며, 전략팀의 팀원이다.

허나 태온의 실장 '강이현'의 여동생으로 더욱이 유명하다. 둘은 단 한 번도 서로가 남매임을 티내지 않았지만, 놀랍도록 닮은 외모와 이름 탓에 남매라는 소문은 조직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하."

 

이령은 짜증난다는 듯 담배 한 대를 태운다.

몇 조직원들이 그녀를 보고는 슬그머니 흡연구역에서 물러나는 것이 보인다. 여지껏 강이령에게 접근했던 남성들의 말로가 썩 좋지 않았다는 소문도 파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강이현'을 닮은 얼굴로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으니.. 몇 조직원들 눈에는 공포 그 자체이다.

이령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전략 팀장에 오른 한도경 탓이다. 한도경과 강이령은 10년 전, 18살에 조직에 입단하고 함께 교육받은 동기이다. 이령도 도경의 실력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령도 팀장에 오르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고 실적 자체는 어찌보면 이령이 한 수 위였을 지도 모른다.

 

"씨발."

 

그 예쁜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온다. 강이령은 한도경이 싫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얼굴이 싫다. 너무 과묵하고 필요한 말 외엔 절대 하지 않는 그 무뚝뚝한 성격도 싫고 말이다. 게다가 이번엔 자신이 바랐던 팀장직을 가져가버리다니. 이령은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귀 뒤로 넘긴다.

 

툭.

 

무언가 인기척이 들린다. 이령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기분 탓일까. 이령은 시선을 되돌리고 담배를 비벼끈 뒤 쓰레기통에 대충 던져버린다.

 

 

 

**

 

 

 

오후 12시 30분. 점심시간. 이령은 점심을 먹기 위해 전략팀 사무실 옆 소휴게실로 향한다. 샌드위치 하나가 캐비넷 하나에서 이령을 기다리고 있다. 끼익, 소휴게실 문이 열리자 이령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안에는 이미 누가 있었다.

 

한도경. 그는 소파에 앉아 공허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점심을 거르는 중인 모양이다. 이령은 그냥 나가버릴까, 하다가 샌드위치를 버리기엔 아까워서 캐비넷 쪽으로 다가간다. 이령의 시선이 도경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아마 모를 것이다. 도경의 시선이, 이령이 휴게실 내에 들어오자마자 어디에 고정되어있는지.

 

"... 점심... 먹으러 왔구나."

 

이령은 그의 뜬금없는 말에 깜짝 놀라 도경을 바라본다. 도경은 이령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못 볼 걸 본 사람마냥 시선을 아래로 피해버린다.

 

"갑자기 웬 관심..."

 

작게 중얼댄 이령은 다시 시선을 돌리고 캐비넷을 연다. 샌드위치 하나. 그리고 굶었을 게 뻔한 도경을 잠시 바라본다. 샌드위치 하나는 나눠 먹기도 애매하고, 무언가를 권할 사이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령은 도경이 불편하다. 그래서 그냥 도경과 떨어진 테이블에 가서 앉아 샌드위치 포장을 푼다.

 

소파에 앉아있던 도경은 잠시 몸을 굳힌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긴장된다. 이령의 작은 중얼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도경은 자신에게 닿지 않는 이령의 눈빛, 얼굴, 포장을 푸는 하얀 손을 번갈아 바라본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망설인다. 그러더니 무덤덤히 가져와 그녀가 앉은 테이블에 작은 초콜릿 하나를 내려놓는다. 초콜릿을 내려놓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령은 그를 잠시 황당하게 바라본다. 도경은 이번에도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린다.

 

"...먹어."

 

짧은 말이었다. 여전히 목소리는 무덤덤했고. 도경은 말을 마치자 마자 뒤돌아 휴게실 밖으로 나간다. 그의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 도경은 휴게실 문을 잡은 채 이령을 흘긋 바라보며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담배, 건강에 안 좋아."

"뭐?"

 

이령의 되물음에도 도경은 문을 닫고 사라져버린다. 이령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가 남겨두고 간 초콜릿을 내려다본다.

 

 

 

**

 

 

 

 6년 전, 이령이 태온에서 처음으로 살인을 한 날. 이령은 밤새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들었다. 그리고 거지같은 꿈을 하나 꾸었다.

 

 

"가지 마!"

 

여덟 살짜리 작은 강이령이 외친다. 하얗고 말랑한 얼굴은 눈물 범벅에, 귀까지 새빨개져있었다. 강이령은 그 작은 손으로 누군가의 소매를 꽉 잡고 있었다. 세 살 많은 오빠, 강이현.

이현은 이령이 울건말건 여전히 무감정한 표정이다. 이현은 이령의 손목을 세게 잡더니, 자신의 소매에서 떼내어 버린다. 이령의 눈물이 더욱 쏟아진다.

 

"가지 마, 오빠."

 

이현은 지금,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작은아버지 강욱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 길러지기 위해서. 이령은 자세한 내막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일단 자신을 떠나려는 오빠를 부여잡고 질질 울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싫어서 그래? 나, 조용히 있을게."

 

이현의 기계같이 차가운 표정이 약간 틀어진다. 인상을 조금 찌푸린 것이다. 허나 이현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뒤를 돌아 강욱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울면서 소리치는 이령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아주 약간의 망설임도 없는 뒷모습이다. 곧 이령의 어머니가 그녀를 껴안으며 함께 울었고 이현은 사라진다.

 

 

이령이 헉, 하는 단말마와 함께 잠에서 깬다. 식은땀이 이마에 흐르고 있었다. 이령은 작게 욕을 중얼대다가,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실패한다. 신경질적으로 이령은 숙소를 나와 흡연구역으로 향한다.

 

"...되는 일이 없네."

 

하필이면 담배가 다 떨어져있었다. 이령은 텅 빈 담배갑을 손으로 움켜쥐고는 신경질적으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자꾸만 꿈이 떠올라 머릿속을 헤집는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주르륵 흘러 버려서, 이령은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 버린다. 난간을 붙잡고 머리를 숙인 채 잠시 숨을 내뱉으며 주머니를 뒤적여본다. 주머니 안에는 한참 예전에 암살팀의 유건이 잘하라면서 주고 간 작은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이령은 단 거라면 질색을 하기 때문에, 안 먹고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어 두었던 것이다.

 

이령은 고민하다가 포장을 까 입에 넣는다. 혀가 아릴 정도의 단 맛. 적어도 그 단 맛 덕분에 머릿속을 헤집던 꿈 생각이 점점 사라져간다. 

 

"이령아."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이령이 흠칫, 하고 고개를 돌려본다. 커다란 키가 가로등을 불빛을 가리고 서있다. 한도경이다. 역광 탓에 도경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령은 아마 그가 무표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그랬으니까. 도경은 조금 어색한 발걸음으로 이령에게 다가온다. 이령은 그를 당혹스레 바라본다.

 

"..담배도 안 피면서 여길 왜 와?"

"울... 울었어?"

 

이령의 질문에도 자기 할 말만 한다. 이령이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고는 뺨에 묻은 물기를 마구 닦아낸다. 그 탓에 도경은 그녀의 얼굴을 향해 뻗었던 손을 허공에 멈추고 한 번 꽉 쥔다. 손을 천천히 내린 도경은 대신 이령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령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차가운 목소리가 도경의 심장을 파고든다. 도경은 차마 더 무언가 하지 못하고, 한참을 그대로 이령의 곁에 서있었다.

이령은 도경을 바라보지 않았기에 끝내 몰랐다. 도경의 표정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그 무뚝뚝한 얼굴이 얼마나 고장난 채 이령의 눈가를 한 없이 바라보며 애타했는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바보같은 성격 탓에 도경이 스스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도경은 그냥,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가 돌아갔다.

 

다만, 도경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 새벽에 이령을 지켜보고 있었던 자가 도경 하나 뿐은 아니었다. 강이현이, 위층 창문을 통해 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령과 달리, 단박에 도경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도경의 지옥은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6년 전, 이령의 우는 모습을 발견한 탓에.

 

 

 

**

 

 

 

이령은.. 글쎄, 6년 전 그날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했다. 평소엔 말 한마디 나누지 않더니, 갑자기 초콜릿을 주고 도망가버린 도경이 어이없을 뿐이다. 이령은 여전히 단 걸 싫어했고, 그래서 초콜릿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다.

 

"..하."

 

그래도, 막상 버리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령은 샌드위치를 하나 다 먹은 뒤, 초콜릿 포장을 깐다. 그리고 제 입에 툭 던져넣고 우물댄다. 너무 달아서, 인상이 조금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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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wX21FLngz34?si=8GtweLBvAItI7XJ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