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X설/뇌내망상

차진혁과 최하람

뺀텀 2025. 2. 17. 18:25

*아까 카톡방에서 열심히 이야기하다가 생각할 수록 뭔가 좋아서 써본 짧글들입니다.

*그리고 정모때 차진혁-최하람 첫만남이 대체 어땠을 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ㅠ 정해진 건 없다구 하셔서 혼자 한참 고민해봤답니다.

*ㅠㅠ근데 여전히!! 최하람 캐릭터를 잘 모르겠어서!!!!!!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

- 첫만남 (버전1: 아직 설원회 미소속이던 차진혁. 차진혁은 설원회 소속된 이후에 최하람을 만난 것이므로 이것은 완전히 구라입니다.)

 

 

차진혁은 군인 아버지에게서 자랐다. 엄격하고 통제된 가정 환경이었으나, 그것은 되려 진혁을 점점 더 일탈로 이끌었다. 열여섯에 담배를 시작하였고, 열일곱엔 패싸움을 벌였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진혁을 크게 혼내려하였지만, 어느순간부턴 그럴 수 없었다. 진혁이 그의 아버지보다 덩치가 커졌을 때부터 말이다. 진혁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한심함을 느꼈다.

 

진혁이 열여덟이던 어느 해, 새벽녘. 진혁은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둡고 한산하며 가난한 동네. 진혁이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언덕을 오른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퍽, 하는 소리. 진혁도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소리였다.

 

"..."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을 때, 진혁은 웬 남자가 은은한 미소를 띄운 채로 가로등 아래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의 손엔 커다란 벽돌 하나가 들려있었고, 벽돌은 피범벅이었다. 그의 발 아래엔 소리의 원인인듯 한 사내가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며 기괴하게 쓰러져있었다. 살인이었다. 그 남자는 살인을 저질러놓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벽돌을 든 남자는 진혁을 가만히 응시했다. 분명 진혁보다 작은 체구, 순진해보이는 얼굴이지만,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 탓일까. 차진혁은 어떤 압도감을 느꼈다. 툭, 하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구었다.

 

"안녕."

 

살인자가 자신에게 말을 건다. 진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진혁이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거란 확신 때문에? 아니었다. 뭔가 다른 기분이었다.

 

"처리하는 것 좀 도와줄래?"

 

말도 안되는 요청이었다. 그 남자가 시체를 발로 툭, 한번 걷어차며 미소지었다. 당장 도망쳐서 신고를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며 외치는 게 정상이었다. 허나 진혁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시체를 손으로 든 것이다. 진혁은 이미 경범죄들은 꽤 저질러왔으나, 시체 유기라니. 이건 돌이킬 수 없는 중범죄였다.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가고 다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그 남자의 여전한 미소와 눈빛에서 진혁을 향한 묘한 만족감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 진혁은 그동안의 인생 중에서 가장 깊은 감정을 느꼈다. 이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인정받는 기분. '성취감.' 그 하나가 진혁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

- 첫만남 (버전2: 설원회 신입 차진혁)

 

 

 

 

 

 

차진혁은 열 여덟에 설원회에 들어왔다. 반 년 간의 지옥같은 신입 교육을 마친 진혁은 고문실로 내려갔다. 첫 임무. 타 조직의 포로 하나를 고문하여 정보를 캐내고, 살해하는 것. 진혁은 그의 치아와 손발톱을 뽑았다. 불로 몸을 지졌다. 정보를 모두 알아낸 진혁은 잠시 고문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구역질을 하였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진혁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전신이 너덜해지고 조직을 배신한 사내의 목숨을 앗아가야 비로소 끝이 난다. 진혁은 아직 살인을 저질러본 적이 없었다. 아마 오늘이 지나가면 진혁은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떨리는 손을 숨기기 위해 주먹을 꽉 쥐고 다시 고문실로 들어갔다.

 

"이제 와?"

 

안엔 포로 외에 한 남자가 더 서있었다. 진혁은 그의 얼굴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최하람. 현 보스 최재영의 아들. 진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믿기진 않지만 그가 진혁보다 몇 살 더 나이도 많은 데다가, 엄밀히 따지면 상관이었다.

 

"이리 와. 가까이.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지."

진혁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와 포로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람은 진혁의 손에 짧은 나이프 하나를 쥐여준다.

 

"어딜 쑤셔야하는 지는 알지?"

"... ...예."

 

포로의 경동맥 부근에 나이프를 가져다댄다. 이미 반쯤 혼절한 포로가 몸을 파르르 떨자, 진혁이 잠시 움찔한다. 그 모습에 하람이 미소짓는다. 진혁은 어쩐지, 그가 자신을 채점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 방금의 망설임으로 점수가 깎였을 것이다. 물론 진혁이 알 바는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나니 제멋대로 진혁의 손이 움직였다. 나이프가 포로의 목을 파고든다. 깊숙히. 피가 후두둑 튀고, 포로는 마지막 숨도 제대로 뱉지 못한 채 몸이 축 늘어진다.

 

"그래. 잘했어."

 

첫 살인. 생명을 빼앗는 감각. 진혁이 혼자였다면 자신이 죽인 이 남자와 눈을 맞추었을 때 곧장 토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혁은 지금, 눈 앞의 시체보다 하람이 훨씬 더 신경쓰여왔다. '잘했어'. 그 한마디가 무엇이라고 이렇게도 진혁의 머릿속을 헤집는 것일까. 어쩌면 엄격하게 자라온 진혁이 처음으로 들은 칭찬이고 인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혁이 그 말 한마디를 지독히도 자극적이라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

- 자각하다.

 

 

 

 

"진혁아."

 

최하람이 그를 부른다. 차진혁은 언제나처럼 그에게 최근 설원회 내부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던 중이었다. 그의 부름에 진혁은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그와 눈을 맞춘다.

 

"최근에 재밌는 장난감을 찾은 모양이던데."

"제가 말입니까?"

"그래. 어떤 여자 말이야."

 

차진혁은 그 말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누군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차진혁의 자택 근처에 거주하는 웬 미친 여자. 시도때도 없이 말을 걸어 자신을 귀찮게 하는 여자.

 

"...그냥 멍청한 민간인 여자일 뿐입니다. 신경쓰실 부분은 아닙니다."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지."

 

하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진혁은 그의 말투에서 그의 심기가 어딘가 거슬렸음을 알 수 있었다.

 

"죽여."

 

그의 말이 뚝, 하고 진혁의 심장 어디께로 떨어졌다. 진혁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째서? 평소라면 단번에 그의 명령을 따랐을 텐데. 어째서. 

 

아.

 

하고, 진혁은 속으로 단말마를 뱉었다. 진혁은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아주 오래 부정하던 감정을 자각하였다.

최악의 순간, 최악의 상황 앞에서.

 

자신의 망설임을 최하람이 눈치챘을까, 아니, 반드시 챘겠지. 덮어야한다. 이 망설임이 내 감정 탓이 아님을 증명해야한다.

 

"쓸모가 있을 겁니다. 조사한 바로는, 그녀는 태온 전략팀장의 여동생입니다."

 

하람이 그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진혁은 치밀어오르는 역겨움을 참기가 힘들었다. 스스로를 향한 역겨움이었다. 이게 지금 맞는 건가. 그녀를 살리겠다는 이유로 그녀를 이용하자는 말을 꺼내고 있다. 태온에 잠입을 보낸 최연서의 말로가 어찌 됐는 지를 알면서도. 나는, 지금.

 

그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하람이 답한다.

 

"아니. 쓸모 없어. 진혁아, 죽여."

 

 

 

 

 

 

 

**

- 어느 날의 대화.

 

 

 

 

차진혁은 최하람을 위해서라면 대신 죽는 것도 가능하다. 최하람은 자신에게 신이나 다름 없으며, 그는 인생의 이정표였다. 그를 잃는다는 건 차진혁에겐 자신의 죽음보다 더한 상실감을 가져올 테였다.

 

"보스."

 

둘은 긴밀했으나 사담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차진혁은 언제나 최하람에게 최근 동향에 대한 딱딱한 보고만을 전달했고, 최하람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차진혁에게 다음 일을 명령했다. 허나 진혁은 어째서일까,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가 죽으면 슬퍼하실 겁니까."

 

그의 뜬금없는 질문을 들은 최하람이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가 차진혁의 속내를 꿰뚫으려는 듯 살핀다.

 

"진혁아, 내가 그러길 바라?"

 

긍정도, 부정도 아닌, 질문. 허나 차진혁은 이미 답변을 들은 것만 같았다. 차진혁이 아주 짧게 웃는다.

 

"평소대로셨으면 합니다. 그게 당신다우니까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최하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린다.

 

 

 

 

*

 

 

'태X설 > 뇌내망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X설 카피페  (20) 2025.02.28
그리스로마신화 AU  (12) 2025.02.25
로맨스 판타지 AU  (10) 2025.02.13
차진혁은 우태석을 죽이지 않았다.  (4) 2025.02.12
[대학교AU] 한도경의 하루  (4)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