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혁과 최하람 -죽음
*뇌내 망상 2000%, 날조 180000%입니다.
*차진혁은 어찌저찌 감당이 되지만 하람님은 도무지 여전히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인외적 존재이기에••• 감안해주십시오.
*기하람과의 슾아링(https://ppantteom.tistory.com/21), 제 망상 속 차진혁과 최하람(https://ppantteom.tistory.com/20)을... 읽고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BP6XjYdUlBk?si=quoXqT3hUqdUu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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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하람이 죽다.
체셔, 아니 주연은, 기어코 최하람을 이기고자 했다.
그와 함께 죽음을 택한 것이다.
"네게, 맡길게. 진혁아."
하람의 유언. 진혁은 이제 혼자다. 그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차진혁의 온몸을 휘감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내 새로운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눈빛엔 굳은 결심이 서린다. 삶의 목표가 생겼으니까. 진혁이 하람의 뜻을 이어간다면 아직 하람은 주연에게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 제 주군을 패배하게 만들 순 없었다.
하람이 그에게 남긴 것은 향후 10년 간의 계획이 담긴 파일이었다. 태온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로 설원회의 이념을 퍼뜨리기 위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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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흐른다.
아무도 모르는 외진 산길을 진혁이 오른다. 그는 10년 간 매주같이 이곳에 찾아와, 무덤 앞에서 일주일 간의 일들을 읊었다. 듣는 사람 하나 없음에도. 그저 의식 같은 것이었다. 이 짓거리를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차진혁은 새카만 우산 하나를 든 채 그의 무덤을 내려다본다.
"보스, 보고드리겠습니다."
표면상의 보스는 여전히 '서리'였고, 실질적인 보스는 이제 차진혁이었다. 하지만 차진혁의 보스는 여전히 그 한명 뿐이었다. 짧은 숨과 함께 말을 꺼낸다. 평소보다 거친 목소리로, 하지만 여전히 덤덤하게.
"-이상입니다."
모든 것은 10년 전의 계획대로였다. 최연서를 태온에서 구해내고, 태온을 무너뜨리고, 그녀가 보스의 뒤를 잇도록 가르쳤다. 그녀가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도록. 10년 간 그녀를 제 등 뒤에 숨겨놓고 길렀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그간 진혁은, 보고 외엔 여태 아무 말도 얹지 않았다. 하람이 살아있을 때에도 그가 먼저 묻지 않는 한 입을 여는 일이 없었으므로, 일종의 습관 같은 거였다. 허나 진혁은 평소처럼 뒤돌아 떠나지 않고 조금 더 그의 무덤 앞에 머물렀다.
곧 무릎을 꿇었다. 손에 들려있던 우산이 옆으로 떨어지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 ...이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제 진혁은 길을 잃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무엇도 스스로 선택해본 적 없던 차진혁은 난관에 부딪혔다. 그의 깔끔하게 정돈했던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 앞으로 처진다.
"알려주십시오. 제발."
최하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기어코 모든 것을 해냈건만, 최하람은 이제 없다. 그에게 '잘했다'고 해줄, 그 완벽한 남자는 1.8 미터 아래에 묻혀 이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진혁이 느끼던 가장 자극적인 감정이었던 성취감을 어디서도 얻을 수가 없다.
"오래 존경했습니다. 당신의 가장 완벽하고 유용한 개가 되고 싶었습니다. ...실은, 때론 동료로 여겨지길 바랐습니다."
진혁은 뱉어놓고 순간 움찔한다. 말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내 자조적으로 웃는다.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할 지 걱정이나 하고 앉았군.
"건방지십니까. 죄송합니다. 오늘따라 입이 가벼워졌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숙인다. 눈 앞이 흐려진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반겨주시겠습니까. 아니, ..많은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수고했다고,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건 안다. 사후세계 같은 것이 있다면, 둘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게 뻔하다. 죗값을 치루어야만 한다. 진혁은 기꺼이 그러기로 한다. 코트 안에서 약병을 꺼낸다. 하람이 죽던 날 그의 품에서 발견한 독약이었다. 이것으로 누굴 처리할 생각이셨을까. 모르겠으나, 진혁은 이것으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멋대로 굴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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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진혁이 죽다.
-탕.
단발의 총성. 저격수가 있었다.
저격수는 하람을 겨누고 쏘았지만, 쓰러진 건 새카맣고 커다란 남자였다.
최하람을 위해 목숨조차 바치는 것이 가능했던 차진혁. 그의 결심이 현실이 되었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하람을 몸으로 감쌌고, 그 대신 자신의 심장 아래가 꿰뚫렸다. 하람의 위에 엎어진다. 진혁의 새빨간 피가 하람의 옷을 뒤덮는다. 명이 끊어지기 전, 진혁은 생각한다. 아직 저격수가 이쪽을 겨누고 있을 지 모른다. 제 피로 그를 더럽히고 뭉개누르고 싶진 않았으나, 지금은 이것이 더 안전하다.
"...보, 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한 숨소리와 함께 말을 뱉는다. 쇳소리같은 것이 목구멍에서 새어나온다.
"곧, 경호, 도착할, 겁니다."
"... ...그래."
시야가 뿌옇게 변한다. 하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놀랐을까. 당황했을까. 보이질 않는다. 무표정이길 바란다. 가장 충실한 부하를 눈앞에서 잃는다 한들, 흔들려선 안되는 게 이상적인 최하람이다. 하지만, 실은, 조금은 그가.
진혁의 동공이 사라진다.
"아깝네."
최하람이 짧게 혀를 차고, 진혁의 시체를 둔 채 멀어져간다. 오늘 일로, 최하람은 결국 '서리'라는 가면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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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신하다.
차진혁은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진심이었다. 하람을 섬기고자 감정을 가두고, 다른 사람을 마음 속에 품지 않으려고, 부정하고, 밀어내고, 미워하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허나, 긴 시간을 사랑 없이 지내왔던 그에게, 하얗고 말랑한 살결, 예쁘게 웃는 얼굴, 제 피부에 스치는 긴 머리카락은, 자신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눈빛은,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던 얼굴은, 아무런 계산 없이 다정을 속삭이던 목소리는. 그를 너무나 취약하게 만들었다.
"죽여."
하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 맴돈다. 어지럽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 진혁은 저절로 자신의 입을 손으로 덮어 막았다.
하람은 역시나 그를 테스트하고 있다. 진혁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쯤이야 알고 있다. 그가 고민 중인 것도. 이미 '고민한다'는 부분에서 크게 실망스러웠다만, 진혁은 충직하고 유용했으므로 한 번은 봐주기로 했다. 진혁이 최종적으로 하람의 충성을 택한다면야 이 일을 계기로 그를 더 쥐고 흔드는 것이 가능할 테다.
눈물이 떨어진다.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남자와, 자신의 숨통이 되어주는 여자. 하람을 배신한다는 건 동시에 진혁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여지껏 손에 묻혀온 모든 피는, 저지른 모든 죄악은, 하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모두 알면서도 결국 제 마음 속에 들여보낸 여자를, 죽이는 것은 더욱이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진혁의 코트 안에서 총을 꺼내 그에게 겨눈다. 총성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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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순간, 하람은 비웃었다.
그 표정을 보곤 진혁이 급히 전화를 건다. 그녀에게.
신호음이 간다.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다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다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지금 고객님께서-]. 다시 전화를 건다.
전화를 다시 걸 때마다 진혁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람은 실망한만큼 처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이번에 진혁이 그를 실망시킨 크기는, 진혁의 목숨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하람은 진혁이 가장 고통스러워 할만 한 처벌을 내렸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남자를 배신해서라도 살리고 싶었던, 목숨보다도 소중한 여자를 잃게하는 것.
이제 진혁에게는 진정으로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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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복수하다.
차정혁이 죽었다.
그는 국정원이었다. 진혁은 아주 오랜 기간, 의식적으로 정혁의 소식을 피해왔기에, 그가 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남남으로 산지 18년이다. 처음엔 그래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어째서였을까, 납골당에 찾아가본 것은.
부모님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일정을 파악하고 조용히 찾아갔다. 꽃다발이 붙어있는 유리 케이스 안에 놓여진 유골함. 그 옆의 명패, 그리고 사진들. 서른이 넘어보이는 정혁의 정장 입은 사진 하나와, 십 대 초반 정혁과 진혁이 나란히 서있는 사진. 그것을 보자 진혁의 손이 괜스레 꽉 쥐여진다. 사진에서 시선을 돌리려다 유리에 테이프로 붙어있는 작은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에 쓰여진 글자를 읽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진혁이 형에게.]
유언? 나에게? 진혁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어본다. 읽어선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으나 호기심은 참아내기 어려웠다.
[형. 이걸 읽고 있다면, 적어도 내가 죽었다는 얘기엔 찾아와줬구나.]
이렇게 시작해서, 몇 문장 정도의 형식적인 글들이 이어졌다. 진혁은 찬찬히 읽어 내리다가, '설원회'라는 단어를 발견하곤 잠시 몸을 굳힌다.
[형이 설원회의 실장이라는 건 알고있어. 우습다. 형은 조직 간부, 동생은 국정원.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난 설원회를 추적 중이야. 형이랑 어쩌면 최악의 방식으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때론 괴로워.
한 남자가 내게 연락했어. 자신이 설원회에 대한 걸 자세히 알고 있다면서. 그와 카페에서 잠시 대화했어. 이런저런 정보를 주며 친절히도 대하더라. 더 자세한 정보, 보스와 실장에 대한 것을 알려주겠다면서 다음 약속을 잡았어. 이틀 뒤 그를 만나러 가.
함정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 하지만 난, 내게 맡긴 일을 해내기 위해 찾아갈 거야. 사실, 형이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해. 그를 만나러 가면, 어쩌면 형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실패할 걸 대비해서 이 편지를 남겨. 설원회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는 남자라면, 형한테도 위험한 존재일 수 있으니까... 국정원 소속인 내가 이러면 안 되지만, 어차피 죽고 나서야 이 편지가 발견 될 텐데 뭐. 그 남자는-]
정혁이 남긴 편지 속 그 남자는, 명백했다. 최하람이었다.
정혁을 죽인 것이 누구인지도.
[형. 꽤 오래 형을 미워했어. 그래도, 잘 지내.]
진혁은 낯선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차정혁이 내 동생이란 걸 최하람이 몰랐을까. 분명 알았을 텐데. 아니, 알았기에 죽였을 지도 모른다. 차정혁이 국정원 소속인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난다면 정말 내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가능했을까. 하람은 제 마음을 꿰뚫어 봤을 테다. 그래도 한 번 쯤은, 동생과 대화할 기회 정도는 주었어도— 손에 힘이 들어간 탓에 편지가 구겨진다. 진혁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이전에도 한 번 느꼈다. 우태석을 잃었을 때. 여전히 그의 죽음은 의문덩어리다. 최하람의 반란 당시 우태석을 설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그는 시체로 돌아왔다. 어렴풋이 최하람이 그의 죽음에 연관되었을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그럴 이유 없었으므로. 진혁은 점차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후,
진혁은 결국 설원회의 모든 실권을 지닌 본인의 위치를 이용하였다. 보스에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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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수하다. 한 번 더.
한 번은 '귀여운 실수'로 넘어갔으나, 두 번은 없었다.
"날.. 또 쪽팔리게 하는구나."
진혁이, 무력하게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에게 버려지는 것이 두렵다. 지난번 '실수' 때는 머리가 밟히고 손등을 꿰뚫렸다. 이번에는 그정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눈 하나를 잃을까, 혀를 잘릴까, 아니, 그러면 더 쓸모없는 존재가 될 뿐이다. 하람은 자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 쓸모를 없애는 멍청한 계산은 하지 않는다.
하람이 품에서 무언가를 던진다. 금속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울린다.
리볼버. 그게 진혁의 눈 앞에 굴러왔다. 무릎을 꿇은 채, 제 눈앞의 차가운 은빛 금속 덩어리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이내 그것을 손에 거머쥔다.
"...보스.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도 되겠습니까. 여기선... 피가 튈 겁니다."
"그래."
더는 감흥없다는 목소리였다.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듯이.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네 발자국 정도 물러섰다. 진혁의 시선은 하람을 향해있었지만, 하람의 시선은 진혁에게 닿지않는다.
턱 아래에 총구를 겨눈다. 수 없이 당겼던 방아쇠.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빼앗았던 손. 그것이 이젠 제 자신을 향한다. 진혁은 잠시 손을 떨었다.
"무탈하십시오."
그게 그의 유언이었다.
-탕.
총알이 그의 머리를 산산조각 내기 직전, 아주 잠시, 하람의 시선이 진혁에게 닿았다가 멀어졌다.
*사랑해 차진혁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는 2번과 5번, 가장 가능성 낮은 미래는 4?번 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토리적으론 4번이 제일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 성덕모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