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AU] 한도경의 하루
* 날조 망상글입니다.
* 다들 평범한 민간인이므로 성격이 당연히 조금은 평범해졌다... 고 생각해주새요.
* 재밌을 거 같아서 생각나는대로 썼는데.. 다 쓰고보니 노잼이네요ㅠ
* 아래 대학교 AU 망상을 토대로 합니다.
https://ppantteom.tistory.com/6
한도경은 아침 8시에 눈을 뜬다. 오늘 첫수업은 11시이긴 한데, 9시 20분 즈음 미대 건물 근처로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으니까. 같은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했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그건 인생 최대의 실수다.
"음침한 새끼."
"..."
대뜸 욕을 박은 것은 한도경의 동기이자 룸메이트 강이현이다. 한도경은 강이현이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도경이 잠들 때까지 강이현은 항상 스탠드를 켜고 노트북을 타닥이고, 한도경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독서를 하고있다. 잠을 자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더 이상한 것은 한도경이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서 강이현이 아주 일찍이도 눈치채고, 한도경이 그 여자를 생각하며 뭔갈 할 때마다 이렇게 시비를 툭툭 건다는 것이다. 한도경은 그냥.. 작게 한숨만 내쉬고 그러려니 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종종 스스로가 음침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무튼 한도경은 강이현에게 눈짓으로만 인사하고 기숙사를 나선다. 미대 건물로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던 중, 벤치에 드러누워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곤 흠칫 놀란다. 유명한 얼굴이라 한도경도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미대의 서양화과 서태주.
"아오, 씨발, 대가리 깨지겠네.. 어, 야. 너 나 알지? 너 이현이 룸메 아니냐?"
도경은 그대로 지나치려했으나, 서태주가 말을 거는 바람에 멈추고 느리게 돌아봤다. 술냄새가 풀풀 풍기는 서태주가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린 채 한도경을 노려보듯 보고 있다. 도경은 고민하다가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데 냅다 반말부터 갈기는 서태주가 참.. 소문답다 싶었다.
"씨발, 왜 대답이 없어, 쫄았냐? 왜 쫄고 그래. 아, 어제 존나 퍼마셔가지고... 미친 또라이같은 새끼들, 어제 논 거 사진 보여줄까? 와봐."
처음 본 사이에 갑자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한도경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주춤주춤 다가가 그가 보여주는 사진들을 구경했다. 별로.. 알고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아직 그녀가 미대 건물에 오기까진 한 10분 넘게 남아있으니, 일단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어제 그 누나 번호를 씨발, 땄어야했는데.. 미친년. 존나 튕기기나 하고...."
점점 더러운 얘기로 넘어간다. 한도경의 눈빛이 공허해진다.
"근데 너 이름 뭐더라? 인스타 해?"
"...한.. 도경."
"아, 그래그래, 도 뭐시기. 인스타는?"
"SNS 안해서.."
"뭐? 씨발 너 조선시대 사람이냐? 아님 디지털 디톡스, 그딴 거 하냐??"
사실 한도경은 인스타 아이디를 하나는 가지고 있었다. 비공계 계정에 팔로우하는 사람은 그녀 하나뿐인 계정이라 그렇지.. 한도경은 시선을 멀찍이 회피한다. 서태주는 한참 더 떠들다가 질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를 뻑뻑 피우며 사라진다. 금연구역인데,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한도경은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미대 건물로 향한다.
그녀가 항상 지나치는 길 중간에 서 그녀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뒤적여본다.
[ 제목: 컴공과또라이안경미친놈
익명 | 04/10 09:08
본문: 그새끼제발 자퇴하면 안됨??? 진짜 개또라이인가봐 왜저래 ㅆ1ㅂ 이럴거면 그냥 혼자 공부하든가 도대체 왜 맨날 수업은 꾸역꾸역 나와서 염병을 하냐고
ㄴ익명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저격먹네 얘 누구임?
ㄴㄴ익명 2: ㅊㅇㅎㅋㅋㅋ
ㄴ익명 2: 이번엔 왜??
ㄴㄴ익명(글쓴이): ㅅ.ㅂ 내가 교수님한테 뭐라 질문했는데 나한테 쪽지로 '그런 쓰잘데기없는 질문은 수업 효율을 18.94% 감소시키니 자제 부탁드립니다.' <<이딴거 보냄 실화임 ㅅㅂ
ㄴㄴㄴ익명 3: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ㅈㄷ다 오늘도
ㄴ익명 4: 니들이 뭘알아. 컴공과 천사님 음해ㄴㄴㄴㄴ
ㄴ익명 5: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별과제 0티어 멤버죠?ㅋㅋㅋㅋㅋ 수업 같이들으면 무조건 잡아야함 ]
한도경은 그런 글들을 읽어보며.. 우리 학교엔 왜이렇게 특이한 사람이 많은 걸까, 생각했다..
...뭔가 이상하다. 그녀가 슬슬 모습을 드러낼 시간인데,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늦잠? 하지만 그녀가 여지껏 늦은 적은 없었는데. 설마 어딘가 아픈 걸까? 불안함이 솟구친다. 어제 밤에 동아리실 몰래 구경갔을 때는 건강해보였는데.
"테니스장에서 시합 중이래, 걔네."
"걔네?"
"아 왜, 체대 얼굴들."
"아~ 미친, 또 싸워?"
"어. 그래서 지나가던 애들 다 구경중."
테니스 장이면, 그녀의 기숙사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 도중에 있다. 한도경은 창백해진 얼굴로 테니스장으로 뛰쳐간다. 그 '걔네'라는 게 누구인지, 한도경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구경꾼이 한가득 모여 웅성대는 테니스장, 그 가운데에서 약간 땀을 흘리고 있는 남자들이 테니스를 든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태설대학교 체대 얼굴 간판 유건과 지원우. 둘 다 테니스 관련 학과도 아니고 제대로 배운 적도 없다던데 금방 룰을 파악하고 시합하는 중이다. 도경은 두리번대며 혹시 그녀도 유건을 보러왔을까 찾아본다.
"아하하, 유건 형, 지치신 거 아니죠?"
"설마~?"
땀을 살짝 닦아낸 유건이 비뚜름하게 웃는다. 약간 열이 올랐는지 겉옷을 벗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도경을 발견하곤 장난스레 웃음소릴 흘리면서 그에게 겉옷을 던진다.
"야! 좀 맡아줘. 도망가지 마라?"
"...아.."
얼떨결에 그의 겉옷을 받아들고는 한도경이 멍하니 서있다. 다시 그녀를 찾으러가야하는데.. 차마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거나 유건에게 싫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입을 꾹 닫고 허공을 응시하게 됐다. 미친 재능충 둘이서 수없이 반복하는 랠리는.. 1교시 수업이 종료된 후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지원우가 2교시 수업이 있다며 더이상 못한다고 외치는 바람에.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도경은 우울하다.
*
대학교 AU
언젠가 태X설 대학교 채팅이 나오길 바라며.. 혼자 궁예질을 해보겠습니다. 대학생이니 나이는 다들 20대 정도로 조정이 되겠지만.. 정우현은 아무리그래도 교수님이 잘 어울리니 45세 그대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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